기후시민께 보내는 편지  

12월 31일, 오늘은 2025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이면 2026년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지만, 그래도 올해는 ‘해가 바뀐다’는 감각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감각을 상실했던 것 같습니다.

12·3 비상계엄, 그리고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까지. 지난해 우리는 어느 때보다 조용한 연말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그 조용함 아래에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노와 슬픔이 함께 끓고 있었습니다.

2025년 올해 역시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당장 3월 역대 최악의 산불이 영남을 휩쓸었고,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월 4일 오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형배 헌법재판소 당시 권한대행의 말이 울려퍼졌습니다.

대통령 파면 이후 6월 조기대선이 시작되며 정국은 다시 빠르게 움직였고,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소 역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던 한 해였습니다. 늘어난 구성원, 새로운 사무실로의 이사, 리더십 변화 속에서 연구소는 전국 곳곳을 오가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분주하고 격변의 한 해를 지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시간을 어떻게 건너가고 있을까. 그러다 최근에 알게 된 하나의 풍습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스페인어 문화권에서는 새해 자정이 되는 순간, 종소리에 맞춰 포도 열두 알을 하나씩 먹는다고 합니다. 0시를 알리는 열두 번의 종소리마다 한 알씩, 각각이 새해의 열두 달을 상징하고, 그렇게 먹은 포도가 한 해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포도 열두 알의 이야기가, 거창한 소망보다도 서로의 무사함을 빌어주는 인사처럼 느껴집니다. 다가오는 2026년, 구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과 건강, 그리고 일상의 작은 평온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한 달 한 달이 무사히 지나가고, 어느 순간 돌아봤을 때 “그래도 잘 버텼다”고 말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행복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0대 전망과 제언  

  연구소, 요즘 뭐해?  

“5주간, 주말 아침을 깨운 이야기. 녹색전환연구소의 기후정책 아카데미가 마지막 회차 오프라인 수업을 마쳤다.”

“강원 춘천시부터 전남 신안군까지. 각자의 지역에서 기후정책을 고민해 온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기후정책을 향한 열의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오늘의 정치 못지않게, 내일을 준비하는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 지역에서 실현되는 기후정책이 더 똑똑해질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바쁘게 준비해야겠다.”

“우리 지역의 기후정책을 바꿀 수 있는 든든한 무기를 얻고 간다.”

지난 20일 마무리된 ‘2026 기후정책 아카데미’를 수료한 수강생들이 남긴 이야기입니다. 이 아카데미는 “기후위기 시대, 지방정부와 지역은 무엇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질문에 구호가 아니라 정책으로 답해보기 위한 학습의 장이었습니다. 기후정치인·교수·언론인·활동가 등 기후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총 120명의 참가자들은 5주 동안 매주 주말 아침을 기꺼이 내어주셨습니다. 그 시간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들은 세계 기후대응 흐름과 기후정책 구조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 기후재정과 지역 기후정책 사례를 함께 분석했습니다.

매주 내준 과제를 통해 자료를 읽고 토론하며 관점을 넓혔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날, 오프라인 워크숍에서는 각자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후정책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액션 플랜을 직접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책을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의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었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민석 기후시민팀 연구원은 이같이 회고했습니다. “2026 기후정책 아카데미는 의지와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정책을 말할 수 있는 전문성을 쌓는 계기였다.”

사람이 연결되고, 전문성이 차곡차곡 쌓인 이 시간들이 앞으로 2026년 지역의 현장에서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연구소 역시 기대가 됩니다. 1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2기 아카데미도 곧 찾아뵐 계획입니다. 함께 만들어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