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시민께 보내는 편지  

“우리가 오늘날과 같은 속도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바다를 오염시키며, 숲과 생물종, 문화를 파괴한 적은 없었다. 이토록 빠르고 거센 파괴력은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전례 없는 것이며,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이 문구를 읽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1996년 출간된 <오래된 미래>란 책에 담긴 문구입니다. 책의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라다크 지역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 서구화의 영향을 비교하며, 생태적 지혜와 지속가능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연구소 책장 한켠에 꽂혀 있던 이 책을 다시 꺼내 들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29년 전의 경고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 그 사이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전례 없다’는 말조차 무색해진 요즘입니다. 당장 한반도만 해도 하루 단위로 바뀌는 극한 폭염과 폭우가 우리의 일상을 옥죄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비관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난 29년 동안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온 변화들도 분명히 있었고, 그 힘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구독자 여러분도 함께 이뤄낸 변화의 경험을 잊지 말아주세요. 녹색전환연구소가 그 길을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연구소의 한 달  

  이달의 연구 성과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후 분야의 핵심 화두는 단연 ‘기후에너지부’가 어떻게 신설되느냐 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신임 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에게 이렇게 밝혔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 차원에서 이재명 정부의 계획이 발표되는 시기에 맞춰 정부안이 발표될 것”이며 “논의는 막바지에 접어든 것 같다”고 말이죠.

국정위는 오는 14일 법정 활동기간이 종료됩니다. 위원회는 적어도 그 전날(13일) 10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약 120개의 국정과제를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도 이때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권에서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편입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부는 어떤 방향으로 신설돼야 할까요? 녹색전환연구소는 새 정부의 핵심 기후정책 과제 추진을 위한 정책 제안을 담은 이슈브리프를 지난달 발표한 바 있습니다.  ‘기후정책 주류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편 제안’란 이슈브리프입니다.

이 이슈브리프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곧 완결된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짚습니다. 기후에너지부가 국가 모든 부처 정책에 기후대응 목표를 주류화하기 위한 ‘기후정부’의 시작점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슈브리프는 “한국의 기후정책은 목표와 계획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실패해 왔다”며 “이는 개별 정책의 미비보다는 부처 간 정책 조정과 통합의 실패에 기인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통합적 기후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거버넌스 개편안을 제시합니다.

첫째, 산업 탈탄소화 기능을 강화한 부총리급 ‘기후에너지부’ 신설입니다. 환경부의 기후정책 기능과 산업부의 에너지정책 기능을 통합해 신설 부처를 만들자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 총괄과 기후부총리직을 겸임하는 장관을 통해 정책의 일관성과 통합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둘째,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구조의 실질적 개편입니다. 탄녹위를 상근위원 체제로 전환하고, 부처 파견 공무원이 아닌 전문 연구인력 중심의 사무국으로 구성하여 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셋째, 대통령실 내 기후수석비서관 신설을 통해 국가 기후정책의 전략적 일관성을 강화입니다. 현재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은 AI미래수석비서관 산하에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가 수직적으로 편제돼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넷째, 지방정부 기후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해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기후·에너지 통합 부서를 설치하는 등 거버넌스 체계 강화입니다. 기후대응의 실질적 성과는 결국 지역 단위의 실행력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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